[전준석의 ON 시(詩)그널] 임효숙 시인의 '소나기'가 건네는 유쾌한 위로

흠뻑 젖어도 좋은, 삶의 다정한 소나기

비싼 웃옷보다 값진 자연의 따뜻한 눈치

젖은 어깨를 토닥이는 빛나는 존엄과 미소

사진=AI생성


[편집자 주]


짤막한 감성 詩 한 편이 당신의 메마른 일상에 따뜻한 '시(詩)그널'을 펼칩니다.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차갑게만 보이던 세상 속에, 詩의 따뜻한 빛을 비춥니다.

 

한 줄 한 줄, 행간마다 담긴 마음의 떨림은 마치 스크린 속 한 장면처럼 오래 남아, 복잡한 사회 속에서 때론 소외되거나 잊히는 '우리 안의 인권'을 다시금 발견하게 합니다. 오늘 인권온에어와 만나는 '전준석의 ON 시(詩)그널'은 詩와 함께 인간 존엄의 가치를 되새기는 새로운 울림을 만들어갑니다.

 

살아가다 보면 일기예보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소나기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채 길 한가운데서 세찬 비를 맞게 되면, 당혹감과 함께 깊은 탄식이 밀려오기 마련입니다. 예기치 못한 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고군분투합니다. 

 

어떤 이는 신문지를 덮어쓰고, 어떤 이는 처마 밑으로 바쁘게 뛰어갑니다. 여기, 쏟아지는 빗속에서 난감해진 우리의 모습을 아주 유쾌하고도 다정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 시인이 있습니다.

 

소나기

 

쏱아지는 소나기에
우산도 없고


비싼 웃옷으로
머리를 가렸다

 

눈치보는
비.

 

_임효숙

 

갑작스레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우산이 없던 화자는 결국 입고 있던 '비싼 웃옷'을 벗어 머리를 가립니다. 옷이 젖는 것보다 당장 쏟아지는 비를 피하는 것이 먼저인 다급한 상황,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이 진땀 나는 찰나를 시인은 무거운 한숨 대신 재치 있는 통찰로 뒤집어 놓습니다. 바로 '눈치보는 비'라는 마지막 구절을 통해서 말입니다.

 

비싼 옷을 방패막이 삼아 빗속을 뚫고 가는 사람을 보며, 정작 미안해하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은 세차게 쏟아지던 '비' 자신입니다. 무심하게 내리던 자연현상조차 사람의 곤란한 처지를 헤아리고 눈치를 살핀다는 이 기발한 발상은, 팍팍한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웃음과 따뜻한 위로를 던져줍니다.

 

이 짧고 유쾌한 시의 행간 속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 그리고 인권의 섬세한 단면이 숨어 있습니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 사람의 다급함, 그리고 그가 아끼는 비싼 옷이 젖어가는 상황을 바라보며 미안함을 느끼는 비의 마음. 

 

그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가 예기치 못한 시련을 맞은 소외된 이웃들을 바라보아야 할 '공감의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삶의 소나기를 피할 우산조차 없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하며 버텨내고 있을 때, 우리는 과연 그 비처럼 타인의 아픔을 예민하게 감지하고 공감하는 다정함을 지니고 있을까요. 진정한 인권과 존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타인의 난감한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줄 아는 이 '따뜻한 눈치'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오늘도 예고 없는 삶의 소나기에 비싼 웃옷을 적시며 달려가는 당신, 너무 속상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적시는 빗방울조차 조심스레 눈치를 보며 당신의 치열하고 눈부신 발걸음을 응원하고 있을 테니까요.

 

시인 소개

 

임효숙 시인

 

임효숙 시인의 문학적 여정은 메마른 일상에 번뜩이는 깨달음을 안겨주는 다정한 단비와도 같습니다. 시조와 수필, 아동문학을 아우르며 폭넓은 세상을 품어온 그녀는, 아하시과정 1기를 거치며 일상의 찰나를 따뜻하게 포착해내는 섬세한 시선까지 빚어냈습니다. 

 

그 값진 결실로 세상에 나온 공저 시집 ‘오늘도 아하!’의 빛나는 글귀들은 오늘 우리가 맞은 삶의 소나기마저 포근하게 닦아주는 다정한 손길이 되어줍니다.

작성 2026.06.23 08:00 수정 2026.06.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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