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내가 직접 본 베네수엘라, 거기도 사람 사는 곳」 (정한욱 저 / 보민출판사 펴냄)




베네수엘라는 우리에게 오래도록 위기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석유 부국에서 경제난의 나라로, 포퓰리즘의 사례로, 정치적 혼란의 상징으로 쉽게 소환되었다. 그러나 그곳을 직접 보고 살아본 사람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정한욱 저자는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에서 대사대리로 근무하며 3년 동안 현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현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이 책은 그 기록을 바탕으로 베네수엘라의 역사와 석유, 미국과의 관계, 고단한 민생,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양국 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차분하게 풀어낸다.

 

고물가와 정전, 최저임금 동결 같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은 아레파를 먹고, 야구를 즐기고, 공원에서 쉬며, 한국어를 배우고,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내가 직접 본 베네수엘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은 한 나라를 낡은 편견으로 단정하기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먼저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베네수엘라를 알고 싶은 독자, 국제정세와 외교의 현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시야를 건넨다.

 

 

 

<저자소개>

 

지은이 정한욱

 

고등학교 때 읽은 중남미의 스페인 식민 이전 문명사 책을 통해 중남미의 언어, 역사와 문화에 매료되었고 그 관심이 대학 전공까지 이어졌다. 평소 중남미 관련 일을 하고 싶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던 터에 12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외교부로 입부한 것이 인생 1막의 중후반을 결정한 계기가 되었다. 외교부 입부 후 본부 외에도 중남미 6개 국가(멕시코, 파라과이, 니카라과, 콜롬비아, 페루, 베네수엘라) 대사관에서 근무하였다.

 

이 책은 마지막 근무지 베네수엘라에서 대사대리로 3년간 근무하면서 우리가 너무나 모르고, 잘못 알고 있거나 심지어 왜곡하여 알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 필자가 직접 본 최근 상황을 공유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전환기에 놓여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자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이 책의 목차>

 

추천사

글을 시작하며

 

 

1. 우리가 잘 모르는 베네수엘라

 

01. 베네수엘라의 이름 유래

02. 남미 독립영웅, 시몬 볼리바르

03. 운이 따랐던 차베스

04. 운이 없었던 마두로

05.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코리나 차마도

06. 쿠데타 역사

07. 베네수엘라에게 원유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08. 베네수엘라의 경제 몰락 배경

09. 베네수엘라의 위기 정점 시기

10. 미국과의 오랜 앙숙 관계

11. 베네수엘라와 마약 관계

12. 베네수엘라의 국민 음식, 아레파

13. 베네수엘라의 카카오

14. 베네수엘라의 커피

15. 베네수엘라의 군사력

16. 군민 융합 정책

17. 공식 통계 발표가 없는 나라

18. 베네수엘라의 외채 규모

19. 세계미인대회 입상 강국

20. 베네수엘라 최초 가톨릭 성인 탄생

21. 베네수엘라에서 중국의 위상

22. 베네수엘라에 대한 오해와 편견

23. 인접국 가이아나와의 영토 분쟁

 

 

2. 고단한 현실

 

01. 2022년 이후 동결된 최저임금

02. 버거운 버스 교통비

03. 잦은 정전

04. 부족한 영양소, 단백질

05. 기름 빼고 다 비싼 물가

06.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배급 제도

07.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08. 영화, 공연 관람도 큰 부담

09. 후퇴하는 언론의 자유

10. 대학 교육의 위기

11.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 상황

12. 정치 문제는 입조심

13. 민간 무장조직 콜렉티보에 대한 공포

14. 중남미 사람들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인식

15. 돈로 독트린과 베네수엘라

16. 미국의 마약 퇴치 작전장, 카리브해

17.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적 압박 속내

 

 

3. 그래도 사람 사는 곳

 

01. 도심 속 휴식처, 파르케 델 에스테 공원

02. 절대적 인기 스포츠, 야구

03. 도심 속 웅장한 아빌라 산

04. 휴일의 평범한 일상

05. 보편화된 미 달러 결제

06. 2024년 베네수엘라의 신차 시장 동향

07. 중고차 인기

08. 다른 나라에 대한 인도적 지원

09. 증가하는 암호화폐 사용

10. 카라카스는 오토바이 붐

11. 2025 블랙 프라이데이의 명암

12. 베네수엘라의 중산층

13. 다양한 마트 개점 증가세

14. 리틀 차이나타운, 중국 시장

15. 문화적 소프트파워, 엘 시스테마

16. 인기 길거리 음식

17. 카니발 축제

18. 여행지 추천 제1순위, 앙헬 폭포

19. 가져가고 싶은 카라카스 날씨

20. 10월부터 시작되는 크리스마스 시즌

21.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방법

22. 조국으로 돌아오는 자, 떠나려는 자

23. 떠나려 하니 달라지는 생각들

 

 

4.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01.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

02. 지방 소재 K-pop 테마형 카페테리아

03. 지방의 한국어 학습 열기

04. 한식 맛보기, 만들어 보기

 

5. 양국 관계 현주소

 

01. 한국인의 베네수엘라 이민역사

02. 남북한 정식 국명 혼동 표기 사례

03. 회복세를 타는 양국 교역

04. 교민들의 구심처, 한글학교와 한인교회

05. 양국 관계 개선 제언

 

 

6. 베네수엘라는 어디로 가는가(포스트 마두로)

 

01. 미국의 마두로 축출 작전

02.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높은 관심

03. 급물살 타는 베네수엘라와 미국 관계

04. 현 체제는 지속될 것인가?

05. <베네수엘라 모델>은 이란에게도 적용될 것인가?

 

 

글을 마치며

부록

참고문헌 및 자료

 

 

 

<이 책 본문 에서>

 

“19세기 말부터 베네수엘라에서는 강력한 군부 세력이 등장하며 1958년까지 군부 독재 정부 시대를 이어간다. 석유개발로 경제 호황을 누리며 50여 년간 장기 집권했던 군부 독재 정치는 1958년 막을 내리고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한 다원민주주의 시대로 접어든다. 양당 정치가 뿌리내린다. 그러나 양당 정치를 통해 정경유착 등 부정부패와 사회적 불평등이 싹튼다. 일반 서민들의 삶은 피폐화된다.”

 

고인플레, 수년째 동결된 최저임금 등으로 인해 과거에는 아무런 불편 없이 구입했던 개인 위생용품마저 이제는 주저 없이 구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 되었다. 대다수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위생용품 구입 시 선호 브랜드를 구입하거나 한 번에 다량으로 구매하는 방식은 더 이상 해당되지 않는다. 그 대신 소득 수준에 맞춰 구매할 때마다 가용한 예산을 따져본 후 살 물건을 계산대로 가져가기 전까지 신중히 골라야 하는 스트레스받는 소비 패턴이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마트가 증가하고 물품이 다양하게 갖춰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여전히 구매력이 회복되지 않고 고물가에 허덕이는 소비자들이 막상 쇼핑 카트(cart)를 열심히 끌면서 물건을 고르지만 막상 계산대 앞에서는 거의 텅 빈 카트를 마주하게 된다며 현실을 꼬집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형태의 마트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트의 형태나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물자 부족에 시달려 길게 줄을 서며 품목 제한을 받던 수년 전 베네수엘라의 모습은 아니다.”

 

베네수엘라에는 한국 기업들이 베네수엘라 정치, 경제 위기로 다 철수하여 베네수엘라 젊은이들이 한국 업체에 취직할 수 있는 여건도 안 된다. 그런데도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차적으로는 K-pop,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한 젊은이들이 호기심이 발동하여 기왕이면 자막 없이, 더빙 없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접하기를 희망하는 층이 많다고 한다. 더 나아가 한국 유학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양국 정부가 상대국에 대사를 파견하지 않고 대사대리 체제를 유지하는 것 외에도 일체의 접촉이나 교류가 제한된 지가 2026년 초 기준으로 8년째를 맞는다. 물론 대사대리 체제로도 양국은 외교 관계를 유지하며 교류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사가 임명되어 활동하는 것과 대사대리로 활동하는 것은 분명 역할과 책임 소재에 한계가 있으며, 각국 정부도 상대국과 양국 관계를 가늠하는 척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추천사>

 

베네수엘라라는 이름을 들을 때, 우리는 흔히 몇 개의 익숙한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석유, 차베스, 마두로, 포퓰리즘, 경제 위기, 인플레이션, 탈출, 몰락 같은 말들이다. 한때 풍요로웠으나 어느 순간 무너진 나라, 정치와 이념의 실패 사례로 자주 호명되는 나라, 선거철마다 경고의 비유처럼 소환되는 나라. 그러나 한 나라를 그렇게 몇 개의 단어로만 기억하는 일은 얼마나 손쉬운가. 그리고 그 손쉬움은 얼마나 자주 한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실제 얼굴을 지워버리는가.

 

정한욱의 내가 직접 본 베네수엘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은 바로 그 지워진 얼굴을 다시 바라보려는 책이다. 그는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에서 3년간 근무하며 그곳의 거리와 사람, 마트와 공원, 교통과 정전, 외교 현장과 생활의 섬세하고 깊은 표정을 직접 보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들어간 내가 직접 본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강조가 아니다. 그것은 이 책 전체를 지탱하는 태도이며, 한 나라를 말하기 전에 먼저 그곳을 걸어보고, 그곳의 공기를 맡아보고,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았다는 책임의 표시다.

 

이 책은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직관한다. 저자는 고인플레와 수년째 동결된 최저임금, 버거운 교통비, 잦은 정전, 단백질 부족, 고물가와 생필품 구매의 어려움 등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감당하고 있는 삶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에는 아무런 불편 없이 구입했던 개인 위생용품마저 이제는 주저 없이 구입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는 문장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감당하고 있는 하루를 가까이에서 보여준다. 샴푸 한 병을 살지 말지 망설이는 손끝에, 비누와 치약을 고르며 남은 돈을 계산하는 마음에, 필요한 것마저 잠시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에 놓여 있다. 저자는 그런 생활의 장면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현실을 더 직접적이고 세밀하게 전한다.

 

저자의 시선은 절망에만 머물지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국민 음식 아레파, 카카오와 커피, 카니발 축제, 야구의 열기, 아빌라 산과 카라카스의 날씨, 공원에서 쉬는 사람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거리, 다시 문을 여는 마트와 다양해지는 소비 공간, 한국 문화와 K-pop에 마음을 여는 젊은이들까지 세심하게 담아낸다. 이 책에서 베네수엘라는 실패의 이름만으로 호출되는 나라가 아니라,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먹고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꿈꾸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구체적인 장소가 된다.

 

특히 이 책의 중심에는 편견을 걷어내려는 저자의 깊은 문제의식이 놓여 있다. 저자는 베네수엘라가 한국전 당시 우리에게 물자를 지원했던 나라였고, 2025년 양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았음에도 오랜 기간 정부 간 교류와 접촉이 제한되어 서로를 제대로 알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짚는다. 양국 관계가 대사대리 체제로 유지되고, 교류가 긴 시간 멈춰 있는 현실은 단순한 외교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만나지 못하면 알 수 없고, 알지 못하면 쉽게 오해하며, 오해가 쌓이면 한 나라를 낡은 이미지 안에 가두게 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바라는 것은 바로 그 오래된 닫힘을 조금이나마 여는 일이다.

 

이 책은 베네수엘라를 변호하기 위해 쓰인 글도, 비난하기 위해 쓰인 글도 아니다. 역사와 정치, 석유와 경제, 미국과 중국, 외교와 인권,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관계를 두루 살피면서도 저자는 끝내 사람의 자리로 돌아온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라는 거대한 숫자 뒤에 있는 국민의 생활을 보고, 국제정치의 긴장 속에서도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본다. 마트의 진열대와 계산대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의 손을 보고, 공원과 거리와 축제 속에서 일상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그래서 이 책은 베네수엘라를 이해하는 책인 동시에, 우리가 타국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책이기도 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한 나라를 이념의 이름으로만 읽어왔는가. 얼마나 자주 타인의 고통을 우리 내부의 주장에 필요한 사례로만 사용해 왔는가. 저자는 베네수엘라를 향한 우리의 시선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그곳을 실패한 나라라고 말하기 전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보았는가. 그들의 하루를 들여다보았는가. 그들이 무엇을 견디고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이 책의 제목처럼 베네수엘라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한 나라를 볼 때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윤리다. 위기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가고, 일상은 이어지며, 아이들은 배우고,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꾸고, 가족들은 식탁을 지키려 애쓴다. 정치와 경제의 거대한 흐름이 한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어도, 그 안에는 여전히 구체적인 삶이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구체성을 붙든다. 베네수엘라를 제대로, 정확히 알고 이해함으로써 양국이 가까워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 저자의 바람은 외교관의 바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삶을 쉽게 단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다.

 

(정한욱 지음 / 보민출판사 펴냄 / 400/ 신국판형(152*225mm) / 19,000)

작성 2026.07.08 18:22 수정 2026.07.0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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